도식적 브랜드 프레임의 한계와 해체 전략
브랜드 ‘도식화’가 불러오는 이미지 고착화 문제
도식은 브랜드가 대중에게 인식되기 위한 기본 구조이자 서사다. 기업은 이를 통해 통일된 메시지와 디자인 체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고정된 도식은 브랜드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소비자에게 ‘정형화된 이미지’로 각인된 브랜드는 변화하는 트렌드나 세대의 감각을 반영하지 못하고, 결국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 예: 한때 감성적 이미지로 각광받았던 A 커피 브랜드는 도식화된 브랜딩이 오히려 신세대 소비자들에게는 ‘촌스럽고 낡은 느낌’을 주며 외면당했다.
도식 해체 전략: 새로운 해석 가능성 열기
도식을 무너뜨리는 것은 단순히 ‘틀을 깨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다층적 의미와 해석의 여백을 부여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있다.
- 비정형적 메시지 사용 기존의 로고나 슬로건을 변형하거나, 반전이 있는 카피로 도식 자체를 비틀기.
- 다중 채널 브랜딩 각 플랫폼별로 상이한 톤과 메시지를 제공해 일관성을 일부러 깨뜨리기.
- 비주류 미학 수용 정제된 이미지 대신 노이즈, 왜곡, 수증기 같은 ‘불완전한’ 디자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를 교란시켜 소비자의 주목을 유도하며, 기존 도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도식 해체가 불러오는 브랜드 유연성
도식을 의도적으로 희석하거나 비틀면 브랜드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적 맥락과 교차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다. 특히 Z세대처럼 ‘상투성’을 회피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희미함의 전략적 활용: 불확실성에서 피어나는 정체성
브랜드 메시지의 명료화 vs. 의도된 희미함
기존 브랜딩 이론은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현대 소비자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보다 모호함 속의 감정적 여백을 선호한다. 희미함은 오히려 소비자 스스로의 해석을 유도함으로써 몰입감을 강화한다.
희미한 디자인 요소와 감각의 전략적 배치
디자인에서도 희미함은 ‘불확정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감각적 충돌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기법은 다음과 같다.
- 흐릿한 배경 이미지 사용
- 노출 과다 또는 저채도 톤 적용
- 텍스트와 이미지 간의 레이어 불일치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의 시각적 정체성을 일부러 불분명하게 만듦으로써, 소비자에게 ‘보이지만 안 보이는’ 심리적 잔상을 남긴다.
희미함과 내러티브의 상호작용
희미함은 브랜드 내러티브에서 ‘빈틈’을 제공한다. 이 빈틈은 소비자의 해석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구조가 된다. 즉, 희미함은 단순히 불완전한 상태가 아닌 의도된 ‘해석의 장’ 이다.
희미함은 브랜드를 ‘정답’이 아닌 ‘질문’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격류 속의 브랜드: 불안정성과 역동성의 공존
격류로서의 브랜드: 통제 불가능함을 전략으로
브랜드를 안정적이고 일관된 흐름으로만 보는 시각은 과거의 프레임이다. 현재의 브랜드는 ‘격류’, 즉 끊임없는 변화와 충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격류의 브랜딩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계획된 예측 불가능성 브랜드 메시지나 캠페인이 일정한 방향성 없이 시시각각 변화함.
- 이질성의 수용 브랜드 내에서도 상반된 가치와 디자인이 공존함.
- 가속성과 반복의 리듬 빠른 론칭과 피드백, 그에 따른 즉각적 리디자인이 반복됨.
브랜드 격류의 시각적 구현
브랜드의 격류성을 시각화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 전략이 활용된다.
- 깜빡이는 애니메이션 요소
- 규칙 없는 타이포그래피
- 파편화된 영상과 내레이션의 결합
이러한 요소들은 소비자에게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브랜드’를 제시함으로써, 반복적 탐색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격류를 견디는 브랜드의 조건
혼란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격류 속에서도 브랜드가 침몰하지 않으려면, 핵심 감정선 하나는 분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변화 속에서도 ‘낯설지만 따뜻한 감성’을 유지한다면 격류 속 브랜드는 오히려 더 강력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격류는 브랜드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흐르게 하는 유일한 강이다.
3단 혼란 구조: 도식 해체 → 희미함 도입 → 격류 구성
단계적 전략 모델
- 도식 해체
기존의 명확한 브랜딩 구조를 탈구시킨다. 로고, 메시지, 톤 모두에서 예측 가능한 패턴을 무너뜨림으로써 소비자의 인지적 주의를 환기시킨다. - 희미함 도입
시각적·언어적 모호성을 적극 활용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단일화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브랜드에 스스로 해석을 부여하게 되며, 이는 정서적 연대감을 강화한다. - 격류 구성
브랜드를 일정하게 흘러가는 흐름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시퀀스의 연속으로 구성함으로써 ‘브랜드 리듬’을 창출한다.
이 세 가지 단계는 단절이 아닌, 유기적으로 맞물린 흐름이다.
혼란을 유도하고, 기억에 남게 하는 브랜딩 구조
오늘날 브랜드는 기억보다 탐색의 대상으로 존재해야 한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재구성하며 소유한다. 이때, 위 전략은 소비자의 참여를 전제로 한 브랜딩 구조를 만들어낸다.
도식, 희미함, 격류 전략이 유효한 브랜드 사례 분석
사례 1: Gentle Monster의 비서사 전략
- 도식 해체: 안경 브랜드라는 산업적 도식을 완전히 탈피, 미술관과의 융합을 통해 혼란과 긴장을 유도.
- 희미함 도입: ‘이게 안경 매장이 맞나?’ 하는 질문을 유도하는 공간 구성과 불투명한 슬로건.
- 격류 구성: 시즌별 전시 변경, 초현실적 스토리라인 구성 등으로 예측 불가능한 전개 유지.
사례 2: Balenciaga의 불협화 브랜딩
- 고급 브랜드의 전형성을 벗어나, 촌스러움·과장·불편함 등을 의도적으로 채택.
- 이는 브랜드에 대한 도식적 인식을 해체하고, 소비자 해석을 다양화하며 강한 인지적 흔적을 남긴다.
사례 3: 무신사의 다층 브랜딩
- 브랜드의 정체성이 ‘패션’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다. 커뮤니티, 콘텐츠, 브랜드 협업, 플랫폼 확장 등 격류적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결론
‘도식-희미함-격류’로 이어지는 브랜드 전략은 혼란을 유도하되 통제하고, 모호함을 제공하되 방향을 부여하며, 격류를 타되 중심을 잃지 않는 고난도 전략이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브랜드는 단순한 ‘기억’이 아닌, 지속적 참여와 해석의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 도식을 해체하라.
- 희미함으로 감성을 입혀라.
- 격류로 브랜드의 리듬을 만들어라.
그것이 오늘날 소비자 주도 시대의 브랜딩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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