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성중심 사회의 도래와 코하우징의 재조명
21세기 중반, ‘탈이성중심’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철학 담론을 넘어 사회구조와 공동체 문화 전반을 뒤흔드는 핵심 개념으로 부상했다. 이성 중심적 합리주의가 낳은 경쟁적 도시화와 고립된 개인 생활은 팬데믹, 기후위기, 심리적 불안정성 등으로 한계를 드러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감성·공존·돌봄 중심의 ‘탈이성적 공동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코하우징(cohousing) 이다.
코하우징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조화롭게 나누어 사용하는 공동주거 모델이다. 이 구조는 물리적 공간만의 개념이 아니라 정서적 연결과 돌봄의 생태계를 포함한다. 탈이성중심적 세계관은 효율과 성과보다 ‘관계’와 ‘돌봄’을 우선시하고, 이에 따라 코하우징은 독립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적 주거 형태로 재조명되고 있다.
코하우징의 핵심 가치는 다음과 같다:
- 공감과 돌봄 중심의 생활양식
- 에너지 절약과 자원 공유
- 다세대 간의 상호작용 강화
- 고립감 해소와 공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노인 고립 문제가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탈이성중심 코하우징은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반 모델로 주목받는다.
로컬푸드와 탈이성중심 생태윤리의 융합
로컬푸드(Local Food) 는 단순히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 로컬푸드는 탈이성중심적 생태 윤리와 맞닿아 있으며, 인간 중심적 자본주의 식품 체계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대량 생산-대량 소비의 식품 시스템은 거대한 유통망을 전제로 하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탄소 배출과 식품 낭비, 지역경제의 붕괴를 유발한다. 반면, 로컬푸드는 아래와 같은 탈이성중심 생태 가치들을 구현한다:
- 지역 공동체의 자급자족 체계 강화
- 생산자-소비자 간 관계 회복
- 자연의 순환 원리에 기초한 유기농법 실천
- 감정노동과 관계맺기 중심의 식문화 확산
코하우징 커뮤니티 안에서 로컬푸드를 실천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로컬푸드는 단순한 식품 소비를 넘어 ‘공동체 재건의 실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코하우징 내 공유텃밭이나 지역 농가와의 직거래 모델은 생산과 소비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돌봄 중심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만들어낸다.
감성적 도시계획: 코하우징+로컬푸드+탈이성 중심성의 융합
1. 물리적 공간의 재배치: 돌봄 중심의 건축
코하우징의 구조적 특징은 “사적 공간은 최소화하고 공적 공간은 최대화” 한다는 데 있다. 이는 합리적 공간 효율보다 정서적 안정감과 공동 감각을 우선하는 ‘감성 건축’이다. 예를 들어, 공동 부엌, 공유 서재, 커뮤니티 룸, 아이 돌봄 공간 등은 거주민 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하고, 고립감을 줄이며 감정적 지지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탈이성중심’이라는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인간은 기능이 아닌 ‘정서’로 연결되며, 공간 설계 역시 인간의 정서에 기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 먹거리 주권과 로컬푸드 주방
코하우징의 중심에는 공동 주방이 있다. 이 주방은 단순한 조리 공간을 넘어 지역 식재료 소비의 거점이며, 동시에 식문화를 통한 공동체 형성의 핵심이 된다. 주간 로컬푸드 장터 연계, 주민 간 레시피 교류, 아이들을 위한 식재료 체험 수업 등은 ‘돌봄 중심’ 식생활을 촉진한다.
먹거리 주권이라는 개념은 시민이 자신의 음식 선택권과 지역 식량 체계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컬푸드를 중심에 둔 코하우징 주방은 이 먹거리 주권의 실험장이며, 생태적 전환의 실질적 거점이 된다.
디지털 시대, 감성공동체의 부활: 오프라인+온라인 연계 코하우징 전략
디지털 사회가 정점을 찍은 지금, 많은 이들이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의 온기’를 갈망한다. 이에 따라 코하우징은 온라인 소통 플랫폼과 오프라인 공동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커뮤니티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1. 온라인 기반 마이크로 커뮤니티 관리
- 일정 공유, 식재료 공동구매, 행사 운영 등은 온라인 기반 플랫폼으로 운영되며, 이는 공동체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 감성적 연결을 위한 디지털 기술도 도입된다. 예: 공동체 내 감정 일기 앱, 주민 상담 챗봇 등
2. 코하우징의 메타버스 확장 가능성
장기적으로는 코하우징 메타버스를 통해 다른 지역의 커뮤니티와도 상호 작용하며,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이는 탈이성중심적 가치의 디지털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사례 분석: 한국형 탈이성중심 코하우징+로컬푸드 모델
1. ‘두물머리 공동체’ 사례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인근에 위치한 코하우징 커뮤니티는 로컬 유기농 농가와 협력하여 매주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이들은 공동 부엌을 통해 직접 요리하고, 남은 음식물은 퇴비로 재활용한다. 또한 계절별 ‘로컬푸드 축제’를 열어 지역 주민과의 정서적 연계를 강화한다.
2. 제주도 ‘코하우징 농장마을’
제주도에서는 은퇴 세대와 청년 창업가들이 함께 거주하는 ‘농장형 코하우징’이 실험 중이다. 이곳은 마을 공동 텃밭을 중심으로 청년 로컬푸드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로컬 장터와 연결되어 경제적 자립까지 도모한다.
3. 서울 은평구 ‘돌봄하우스’
은평구의 돌봄하우스는 1인 고령 가구를 위한 코하우징으로, 매일 아침 로컬푸드 기반의 공동 식사를 제공하며, 주민끼리 일상적 정서 교류를 나눈다. 이 모델은 탈이성적 돌봄 중심 복지모델로서 서울시의 시범사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탈이성중심 코하우징과 로컬푸드의 정책화 전략
1.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지원 필요
- 코하우징 설계 단계부터 지역건축 조례 완화와 공유공간 보조금 필요
- 로컬푸드 기반 커뮤니티 식재료 바우처 정책 도입 제안
- 돌봄노동과 식생활 커뮤니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임금 개념 도입
2. 교육과 홍보: 감성 중심의 사회 인식 전환
- 초중고 교육과정에 공동체 교육, 생태 감성교육, 로컬푸드 체험 포함 필요
- 공영방송 및 SNS 채널을 통한 ‘감성 주거’, ‘공동 식생활’ 가치 홍보 강화
3. ESG 연계 민간 참여 촉진
- 민간 부동산 개발사와 ESG 연계하여 코하우징 공동체 공급 유도
- 지역농 협동조합과 협업하여 ‘도시형 로컬푸드 유통망’ 구축
결론
탈이성중심 시대의 도래는 단순히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도시계획, 주거정책, 식문화, 커뮤니티 운영 전반을 재설계하는 실천적 요청이다. 코하우징과 로컬푸드는 그 중심축에서 정서적 돌봄, 관계 중심의 삶, 생태 순환의 생활양식을 실현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강력한 전략이다.
지금은 ‘나’보다 ‘우리’를, ‘소유’보다 ‘공유’를, ‘이성’보다 ‘감성’을 앞세우는 전환의 시대다. 탈이성중심적 삶을 원하는 이들이여, 코하우징으로, 로컬푸드로, 감성공동체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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